[ 로앤오더:CI 시즌7 ] 뉴욕 특수수사대 1화~11화
NBC의 '로 & 오더'는 방송을 시작한지 이미 12년째를 맞고 있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시리즈 중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인기가 있으면 영원히 방송을 계속하는 미국 TV 드라마라는 잣대를 대고 봐도 역시나 폭넓은 시청자를 둔 장수 프로그램이다. 요즘처럼 네트워크가 치열한 경쟁 속에 몇 회 방송되자마자 프로그램이 캔슬되는 TV업계에 이 TV시리즈는 아주 인상적이다.
내용은 접어두더라도 이 프로그램의 최대 특색은 옛날보다도 오히려 지금이 인기가 더 높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인기가 있는 드라마라하면 드라마인 E.R.과 시트콤 '프렌즈' 등 프로그램 방송 시작부터 인기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데이빗 E. 켈리가 ABC에서 제작하고 있는 '더 프랙티스', FOX에서 제작한 '앨리 맥빌'처럼 처음에는 대단한 시청률도 얻지 못 했으면서 저명한 프로듀서가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방송국이 기대반 걱정반으로 방송을 했다가 서서히 인기를 얻어 지금과 같은 히트 프로그램으로써의 위치에 오르게 된 프로그램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런 히트 프로그램도 방송이 시작되고 몇 해가 지나 정점에 오른 후에는 그 지점에 안주하던지 서서히 인기가 떨어지는게 보통이며 무엇보다도 인기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런데 '로 & 오더'의 경우는 방송이 시작된지 11년 째가 되는 2000년 시즌에도 동 프로그램 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거뒀다. 어쩌면 계속해서 기록을 세울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10년 이상이나 계속되고 있는 프로그램인만큼 이전부터 '로 & 오더'는 히트 프로그램으로써 이미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이상 인기가 오를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 했다. 프로그램 프로듀서인 딕 울프조차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사실 최근 '로 & 오더'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로 이 인기에 영향을 받아 케이블 채널인 USA, A&E, TNT도 '로 & 오더'의 재방송을 시작했다. 요즘은 거의 매일 어딘가의 채널에서 '로 & 오더'를 방송하고 있으며 오히려 방송이 없는 날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이다. 2000년 NBC는 '로 & 오더' 시리즈 제 2탄인 '로 & 오더: SVU'의 방송을 시작, 이것도 인기 프로그램으로써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정도의 인기 프로그램이니까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것도 당연지사, 2000년 여름에 아주 조금 방송된 시트콤 'M.Y.O.B.'에서는 주인공 두 사람이 보고 있던 프로그램이 '로 & 오더'로 두 사람이 동시에 '아, 이거 본 적 있어'하며 외치는 씬이 있었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재방송 되는 것을 콕 짚는 말이기도 하다.
'로 & 오더: SVU'는 기본적으로 오리지널인 '로 & 오더'가 확립한 포맷을 그대로 잇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고 용의자가 체포되고 그리고 법정에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기본으로 어쩌다가 변화형이 끼기도 하지만 여하튼 이 기본형은 불변이다. 이 포맷 자체는 '로 & 오더'가 확립한 것도 아니라, 법정물이라는 장르가 확립해 놓은 미국 TV/영화계의 레퍼토리이며 지금까지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페리 메이슨(Perry Mason)'처럼 주인공의 명 재판이나 활약이 포인트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지금처럼 스토리 자체에 중점을 두고 출연 배우는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 형태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는 '로 & 오더'의 공적이 크다 할 수 있다.
'SVU'는 특히 성범죄를 다루는 것에 주안해 주요 등장인물인 '크리스토퍼 멜로니와 마리스카 하기테이는 '로 & 오더'의 등장인물과 비교했을 때 다소 눈에 띄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역시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물은 부수적이라는 인상은 변함이 없다. 실제로 '로 & 오더'의 주역인 샘 워터스톤은 화면에 나오는 시간만으로 주역이냐 조역이냐를 정한다면 조역 중에서도 한참 저 아래에 있을 정도의 시간밖에 출연하지 않는다. '로 & 오더'시리즈에서 있어서 주역은 사건 스토리 그 자체이며 주요 등장인물은 그 사건을 밖으로 꺼집어 내거나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 이상의 것도 아닌 것이다.
'로 & 오더'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주요 등장인물이 바뀌었음에도 프로그램의 인기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모리어리티, 크리스 노스, 벤자민 브랫, 질 헤네시 등 나름대로 메이저급 배우들이 출연하고 그만뒀지만 그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기억은 없다. 시청자는 배우에게 끌려 이 프로그램을 보는 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로 & 오더'의 새 스핀오프인 '로 & 오더: CI'에 접어 들어서 처음으로 이 시리즈는 빈센트 도노프리오와 캐스린 어브라는 눈에 띄는 주역을 내세웠다. 딕 울프는 'CI'를 예를 들자면 현대판 셜록 홈즈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CI는 지금까지의 '로 & 오더'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재판으로 사건이 끝나는 진행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다. 로버트 고렌과 파트너인 알렉산드라 임즈 형사를 주역으로 한 확실한 형사 드라마이다. 예를 들면 프리미어에서는 금고털이를 쫓는 로버트 고렌과 알렉산드라 임즈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네 너무나 형사 드라마적인 느낌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 '로 & 오더'라는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로 & 오더'에서는 항상 사건 그 자체보다도 주변의 인간모형이 비중있게 그려지며 그것도 대체적으로 범인이 바로 체포되어 재판에 오르기 때문에 'CI'처럼 사건을 쫓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접어두면 프로그램 오프닝 테마 음악도 장면이 변할 때의, '로 & 오더'에서 친숙한 효과음도 여전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CI'가 '로 & 오더'의 스핀오프이며 다른 형사 드라마와 다른 점을 얘기하자면 주인공의 사생활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CI'에서는 '로 & 오더', 'SVU'처럼 등장인물의 사생활은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이것은 같은 뉴욕을 무대로 한 형사드라마인 '뉴욕경찰 24시(NYPD Blue)'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사생활 묘사가 캐릭터에 깊이 영향을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욕경찰 24시'에서는 알콜 중독증에 시달리는 앤디나 상하관계나 인종문제로 고민하는 팬시가 존재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진실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CI'에서는 역시 등장인물은 주역이라도 사건에 관한 것 외에는 보여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을 다루는 점에서는 'CI'와 '뉴욕경찰 24시'는 뉴욕이라는 똑같은 장소를 무대로 하면서도 하늘과 땅차이로 다르다. 결국 '뉴욕경찰 24시'는 인간에게 주안점을 둔 형사드라마이며 'CI'는 '로 & 오더'처럼 사건주도형의 형사드라마인 셈이다.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랄 것도 없이, 같은 장소를 무대로 하면서도 전혀 다른 접근방식의, 같은 장르의 드라마라는 점이 흥미롭다.
주역인 로버트 고렌 형사로 분하는 빈센트 도노프리오는 상당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프로그램이 계속된다면 그의 대표작도 될 듯하다. 지금까지 실력은 있으면서도 좋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은 인상이 든다. '더 셀(The Cell)'에서는 정신 이상자를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정의로운 형사이다. 그런데 프리미어 에피소드를 잠시 보면 'The Mind of the Married Man'의 제이크 웨버가 카리스마를 지닌 강도단의 보스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바람둥이 신문기자 역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다.
더 재미있는 건 제이크 웨버도 '더 셀'에 출연하고 있으며 거기에서는 제이크 웨버가 FBI 요원 역을 맡았는데 'CI'와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 출연한다.
프로그램의 크리에이터인 딕 울프는 원래 '뉴욕경찰 24시'나 '힐 스트리트 블루스' 등을 알려진 스티븐 보치코의 밑에서 실력을 쌓았으며 '로 & 오더'의 성공으로 현재는 없어서는 안 될 미국 TV계를 짊어진 프로듀서이다. 딕 울프는 '로 & 오더'의 세 개 프로그램에 대해 '로 & 오더'는 모두 친구이며 코크, 다이어트 코크, 체리 코크와 같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즉, 그 맛의 차이가 확실히 나는 한, 각각에 존재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CI'도 포함해 세 개의 '로 & 오더' 시리즈의 2001년 최대 문제는 911 테러로 인한 출입금지 장소가 많아지고 거의 로어 맨하탄에서의 촬영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세 프로그램 다 뉴욕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그것도 로케이션 촬영이 많은 것이 특색으로 그만큼 도시의 숨소리를 느끼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로 & 오더'뿐만이 아니라 같은 NBC의 '서드 왓치', ABC의 '뉴욕경찰 24시'나 시트콤인 'The Job', HBO의 '섹스 앤 더 시티' 역시 뉴욕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현지 촬영이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뉴욕이라는 무대가 스토리에 신빙성을 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인 것이다. NBC의 '프렌즈'가 뉴욕의 맨하탄(Upper West)이 무대이면서도 실제 촬영은 LA의 스튜디오였던 것이나 WB의 '펠리시티'가 주인공 펠리시티가 다니는 NYU(뉴욕대)의 대학생이면서도 실제 촬영은 캐나다의 토론토였던 것이나 ABC의 '스핀 시티'가 뉴욕 시장 오피스를 무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거의 모든 촬영은 스튜디오 촬영이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봐도 한번에 '프렌즈', '펠리시티'가 무대가 뉴욕이라고 해도 그 배경으로 뉴욕의 거리가 나오는 일은 그다지 없으며 배우 역시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뉴욕은 그저 드라마의 무대로서 쓰여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뉴욕의 거리를 촬영하는 '로 & 오더'나 '뉴욕경찰 24시', 'The Job', '섹스 앤 더 시티' 등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뉴욕이라는 거리 자체가 프로그램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것이다.
프로듀서인 딕 울프는 당분간 '로 & 오더'는 로어 맨하탄에서 촬영을 하지 않고 끝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1년 시즌의 '서드 왓치'가 역으로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를 사건으로 순직한 수천명의 뉴욕경찰관이나 뉴욕소방관에게 받침으로써 프로그램을 전개시킨 것처럼 점차 뉴욕을 무대로 하고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 주요한 소재로써 다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로 & 오더' 역시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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